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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아무것도 아니어도 괜찮아, 라는 말을 평생 갈구했다 그런 말은 아마 죽을 때까지 못 듣겠지? 매일매일 못 보는 것도 하루 이틀쯤 둔탁해져 가는 것도 그런 것도 싫다 나는 이제 어찌해야 하나 나를 부수어도 아무렇지 않은 사람들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하나 둘 씩 점점 떠나보내는 일을 배우고 있다 더보기
불확실한 확신없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방식을 배우고 있다 하루하루가 위태롭고 위험해서 나는 당장이라도 내일이 오지 않기를 바란다 날개꺾인 새처럼 하늘만 보고 있다 하늘만 나를 볼 수 없어 내 가여운 모습을 마주할 수 없어 그저 하늘만 더보기
텀블러 ​ 텀블러에 올려둔 예전 사진들을 들여다 보았다 D가 살던 오피스텔엔 한 벽면이 통째로 커다란 창문이었는데 블라인드를 아무리 내려도 꼭 빛이 들이닥쳐서 자다가도 몇 번 씩 깼었다 전에 살던 사람이 미술을 했었는지 찬장 구석에 바디크레용이 있었고 우리는 서로의 몸에 그림을 그리며 놀았다 나는 그의 허벅지에 정체모를 날개를 달아주었고 그는 내 몸에 자기 이름을 몇 번 씩 적었다 그렇게 반나절을 보냈다 그리고 씻지도 않고 잠이 들었다 그의 몸은 마르고 탄탄했다 항상 열여덟의 소년처럼 보였다 작지 않은 키에 비해 좀처럼 살이 찌질 않아서 해 먹일 수 있는 건 죄다 만들어줬었다 같은 건물에 삼계탕집이 있었는데 우린 꼭 일인분을 포장해와서 뼈를 발라내고 닭죽을 끓여먹었다 입이 짧던 그가 이건 깨끗이 비워냈다 외출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