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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대화 그가 말했다. 당신을 아무것도 못하게 만들고 싶어요. 내가 말한다. 아니요, 당신은 절대 그럴 수 없어요. 설령 내가 당신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고 해도 그 사실을 절대 알아챌 수 없을 거에요. 그가 말한다. 그런가요? 아니에요. 당신은 절대 당신 자신을 포기하면서까지 다른 대상에 메달리진 못할 거에요. 내가 말한다. 아니에요. 사실은... 나 그랬던 적 있어요. 그가 말한다. 정말이에요? 그 대단한 사람이 누구인지 정말 궁금한데요? 내가 말한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말해줄게요. 정말 미안한데, 아직 그에 대한 말을 꺼낼 수가 없어요. 그는 '말' 따위로 설명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에요. 그가 말한다. 그럼 영원히 말해주지 못하는 거 아닌가요? 내가 말한다. 말하는 순간 모든 것은 사라져 버리잖아요.. 더보기
그가 알아줬으면 아무도 여길 몰랐으면 좋겠다. 근데 오직 그만은 이곳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사람은 원하는 걸 모두다 가질 수 없다. 그걸 알기에 나는 이대로 멈춰서 있다. 인생은 드라마가 아니다. 영화도 아니다. 소설은 더더욱 아니다.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다. 수많은 시간들... 수많은 기억과 생각들, 그리고 아직까지 살아숨쉬는 감정들. 하지만 나는 내 인생이 독백으로 끝나길 원하지 않는다. 때문에 망설임 없이 멈춰선다. 이제 더 이상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어떤 약속도 하지 않아도 된다. 누구도 다치치 않아도 된다. 상처받지도, 상처주지 않아도 된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아도, 된다. (이로서 내 인생은 침묵으로 끝날 것이다) 나는 비로소 자유롭다. 하지만 이 자유라는 넓고 황량한 땅 위에 '나 홀로.. 더보기
방치된 인류 하나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창조한 사람을 내가 지면에서 쓸어버리되 (...) 그 끝 날이 내 앞에 이르렀으니 내가 그들을 땅과 함께 멸하리라... (창세기 6장) 그리고 노아에게 명하셨다. 방주를 만들어 모든 혈육이 있는 것들의 암수 한쌍 씩을 짝지어 태우라...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이었던가! 하나님은 인류 개개인의 생명 따위는 물로 쓸어버리셨을지 몰라도 인류라는, 생명이라는 거대한 희망은 끝내 놓지 아니하셨었으니! 아, 자비로운 하나님이시여! 하나님은 인간을 자신의 형상을 본따 만든 유일한 창조물이라 말씀하신다. 하지만 하나님의, 신의, 초월적인 존재의 그 전지전능함은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결코 가질 수 없다. 그건 유일무이한 것이며, 그 어떤 누구도 취할 수 없는 절대적인 것이다. 또한 이 능력으.. 더보기